"종인부에 구금 돼 있어." 석진의 물음에 정국이 잠시 말없이 한숨을 내쉬다가 솔직히 대답했다. 심장이 떨어질 듯한 충격에 자리에 누웠던 석진이 반쯤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역모 죄인들이 붙잡혀 갔다고 하더니... 태형이가 설마.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스스로 자청해 역모에 연루되 버렸어." "...뭐? 그럼... 태형이가 지금 죄인으로 옥사에 잡혀있다는거...
"여기 잠시만 숨어 있어." 호석의 말에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시해 사건의 주범이 있던 곳이라 하여 이친왕이 종인부에 갇힌 뒤 폐허가 되어버린 신현궁은 모든 문들이 폐쇄되어 버려 아무도 없었지만 지민을 풀숲 사이에 숨긴 뒤 아픈 몸을 하고도 담장을 훌쩍 넘은 호석이 작게 신음하다 서둘러 윤기와 함께 보냈던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엉망진창이 된 방은...
"흐으..." 그대로 호석을 데리고 감옥을 빠져나온 남준이 향한 곳은 익선위부에 있는 제 방 안이었다. 침상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려는데 닿은 등에서 고통이 느껴지는지 정신을 잃은 호석이 흐느끼는 신음소리에 그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아주 천천히 눕혀놓고 그대로 방안을 뒤져 약초와 천을 찾아들고는 고통스러운 듯 끙끙거리는 호석의 곁으로 서둘러 돌아왔다. ...
"야 민윤기." 결국 다시 신현궁 자신과 윤기의 방 앞으로 돌아온 호석이 힘없이 윤기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어두운 방 앞에서 그의 목소리는 허공만 맴돌다 이내 적막 속으로 묻혀버리자 이내 문가에 서 있던 호석이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초를 켜야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만큼 지쳐버려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대...
"그래, 알았다. 다른 익선위들과 친위대도 있으니 걱정 말고 다녀오너라." "예, 폐하." 옥좌와 조금 떨어진 곳에 금색 실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붉은 옷을 입은 채 앉아 있던 석진은 정국에게 머리를 땅에 대고 인사를 올린 뒤 몸을 일으키는 태형과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다가 살며시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태형이와 살짝 눈을 맞춘 것뿐인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야, 민윤기! 그만하라고!" 인적이 뜸한 신현궁의 복륜당으로 들어서던 남준이 저 멀리 커다란 나무 밑에서 비를 들고 청소 중이었던 것 같은 호석과 나무 위에서 그런 호석을 놀려먹고 있는 윤기의 대화 소리를 듣고 멈춰 섰다. "내가 뭘. 난 그냥 널 도와주는 것뿐인데." "도와주는 거라고 그게?!" 비를 쓸고 있던 자신을 도와준다며 아까부터 나무에 올라가 ...
"흐윽..." 암흑으로 가득 찬 커다란 전각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열다섯의 석진이 훌쩍거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슬퍼 우는건지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했다. "...집에 가고 싶어..." 울음에 반쯤 묻힌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이 미약한 목소리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겉돌기만 했다. 줄타기를 똑바로 못한다며 매일 혼나긴 했어도 든든하게 지켜주던 강 씨 아...
"왕자님." 윤기가 잠시 심부름을 간 사이 홀로 복륜당의 청소를 하고 있던 호석은 뒤에서 누군가가 턱 어깨를 잡아오자 소스라치게 놀랐다가 그게 남준임을 알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남준이 너였어? 깜짝 놀랐네." "많이 놀라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놀라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온 거야. 계속 기다렸잖아. 이삼일에 ...
"그만 가 봐. 난 지금부터도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 "어... 벌써 가라고요?" 정국과 그의 정원에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른 채 앉아있던 지민이 갑자기 들려온 말에 놀라 정국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같이 있어도... 되지 않나? 아닌가? 이곳에 있는 게 좋아서 아쉬움에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정국은 냉정하게 일어나며 말했다. "네가 오기 전에도 잠...
"태자 전하, 전 총독 대신 김명환이 뵙길 청하고 있습니다." 제 서재에서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고 있던 정국이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들여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가만히 문을 노려보고 있던 정국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관복으로 입성까지 갖춘 명환이 걸어들어와 정국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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